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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그래비티(Gravity)의 비과학적인 설정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의 비과학적인 설정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에 대한 환상을 가진(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우주의 아름다움이 아닌 공포스러움을 알려주는 계기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비티 관람 후, 꼭 IMAX 3D로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지만, 대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여친님은 3D로 즐기지 못하고 2D로 관람하고 온 후, 말도 안되는 설정에 재미 없는 영화라며 악평을 남겨줬습니다.

저는 '3D로 보지 못해 재미 없는 것 아니었을까?' 라고 되물었지만, 물리학도인 여친님 입장에선 그래비티의 비과학적인 설정들이 너무나 말이 안되어 영화에 집중할 수도 없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같이 간 물리학도 동기들 중 일부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컴공학도고 물리나 우주과학에 대해선 상식(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보니, 영화 그래비티의 어떤 설정들이 비과학적인지 여친님께 자문을 구하고 간략하게나마 블로그 구독자, 방문자분들께 소개해드리고자 글을 준비했습니다. (예시가 될만한 자료 수집을 많이 못해서 글이 많이 부족하긴 합니다 ^^;)


■ 그래비티(Gravity, 2013), 영화로썬 최고!
그래비티는 2013년 타임지가 뽑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습니다. 타임지는 온라인을 통해 지난 4일 2013년을 빛낸 최고의 영화 10편과 최악의 영화 10편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영화는 <그래비티>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600km 떨어진 우주에서 탐사 활동을 진행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가 폭파된 인공 위성의 잔해와 부딪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남겨진 스톤 박사의 모습은 3D로 표현된 그래픽과 적막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효과까지 더해져 관객들로 하여금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90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예고편 외에 이렇다 할 홍보를 하지 않은 영화임에도 국내에서만 31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적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5억불(한화 약 5000억원) 이상이라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래비티의 제작비가 5,5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의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으니 엄청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온 저는 그 감동을 그냥 잊을 수가 없어서 바로 글을 작성했었는데요. 과연 그래비티의 어떤 설정들이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을까요?



 
■ 영화 그래비티의 설정 중, 비과학적인 부분은 어떤 점들이 있을까?
먼저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로 평화롭던 우주가 공포의 공간이 된 이유는 바로 폭파 잔여물 때문이었는데요. 여기서 첫 번째 오류가 있습니다. 일단 폭파 잔여물은 우주에 남을 수가 없습니다. 우주에서는 한 번 움직이면 영원히 움직이기 때문에 폭파되는 순간 잔여물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지구로 날아들어가서 유성처럼 사라지던지, 저 멀리 우주로 가는 것이 정상이지 영화 그래비티에서 보는 것처럼 한 궤도에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엄청난 엄청난 운으로 한 궤도에 잔여물이 남아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같은 궤도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지구를 도는 속도가 같기 때문에 잔여물과 주인공들이 있는 지점은 어떠한 경우에도 만나지 않게 됩니다. 잔여물 속도가 빨라서 주인공들쪽으로 올 수 있지 않겠느냐 하겠지만,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지구를 도는 궤도가 커져서 처음 궤도를 이탈하거나 더 큰 궤도를 돌게 되므로 영화 그래비티에서 보는 것처럼 같은 궤도에서 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말이 되려면 잔여물과 주인공들이 같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돌아야하는데, 이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우주선이든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때 엄청난 속도로 쏘아올려야 지구 궤도에 안착하게 되는데, 지구 자전방향과 반대로 쏘아올리면 연료가 천문학적으로 들어서 꼭 지구 자전방향으로 돌려 쏘아 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같은 일은 일어나고 싶어도 절대 일어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많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스톤 박사가 멀리 떨어진 중국 우주 정거장까지 가서 살아남는 장면에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이 나타납니다. 영화 상에서는 여러 나라 인공위성들이 한 궤도에 다~ 있는 것 처럼 설정해놨는데, 각 나라 위도와 경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궤도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다른 궤도에 있는 우주 정거장을 찾아갈 수 있지 않느냐하는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궤도는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나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려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는게 낫다고 볼 수 있는거죠 ^^;

 
극적으로 중국 우주 정거장에 도착해서 내부로 들어갔는데, 기계 명령어와 버튼명이 모두 중국어로 되어있어서 어떻게 만져야 할지 좌절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의 인공위성이라고 해서 자국의 언어로만 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위성도 각각 영어로 다 되어있기 때문에 언어를 몰라 조작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게 맞겠죠?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힘들어하고 바로 일어설 수 있는 점도 많은 분들의 입에 오르내리긴 했었고, 그 외에도 여러 비과학적인 설정들이 많아 <그래비티>를 과학적인 시각,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관객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설정에 집중할 수 없는 재미 없는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되었네요.

물론 여기까진 대전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친님을 포함한 물리학도들의 의견이고, 평범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멋지고 두근두근하며 공포스럽기까지 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문화라는 건 참, 개개인의 성향을 많이 타는 것 같네요^^; (영화는 그냥 영화로 즐겨야지 뭘 따지냐? 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테고^^;)

영화 <그래비티>에 설정된 비과학적인 부분에 대해 더 말씀해주실 사항이나 궁금한 점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재밌잖아요? ^^

이상, 하늘다래였습니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