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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라보기/영화 바라보기

조선미녀삼총사, 하지원의 팬이지만 도저히..


하지원이 출연한 작품들은 웬만해선 다 챙겨서 보는 편이다. 그녀의 연기는 언제나 당차고 살아있는 눈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를 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 조선미녀삼총사, 하지원의 팬이지만 도저히.....

사실 이 영화로 리뷰를 써야 하나 정말 많이 망설였다. 이 글을 읽을 분들에게 이 영화의 줄거리를 알려주고 킬링타임영화니 정말 시간이 많이 남아돌 때 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하지원 팬이라면 그녀가 이런 작품을 선택할 때도 있으니 다음 좋은 작품을 기대하거나 현재의 '기황후' 캐릭터 이전엔 이런 연기도 했었구라를 보기 위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소개 해야할지, 아니면 가수 손가인이 액션과 코미디 연기를 얼마나 잘 소화해낼지, 사극에 맞는 컨셉과 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보라고 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조선미녀삼총사>는 그만큼 소개할 방법을 찾기 쉬운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까내리기도 애매한 영화였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장르에 코미디, 액션, 시대극이 들어가 있으니 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먼저 코미디는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푼수이자 주부 역할을 맡은 강예원의 홍단 캐릭터는 분명 익살스럽다. 바보 같고 생각 없지만, 우직한 면도 있다. 모든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익살스러운 말투와 표정을 짓지만, 어느 한 구석 빵빵 터지는 재미는 없다. 그저 그런 역을 맡았으니 맞춰서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는 못하는 캐릭터이다.


조선미녀삼총사의 리더 역할을 하는 진옥(하지원)은 예쁜 미모와 강한 무공 실력을 갖췄으며 갖가지 폭탄과 무기, 방어 장치를 직접 개발할 수 있을정도로 다재다능한 캐릭터이다. 그녀는 완벽한 듯 하지만, 발명한 결과물이 완벽하지 못할 때도 있어서 어딘가 허술한 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허술함으로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과거는 어두웠으며, 과거의 인연이 이어지며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코미디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맞추기 위해 만능 검객이지만, 허술한 면이 있다는 설정으로는 웃음 포인트를 잡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다.


시크한 막내 가비 역할을 하는 손가인은 그나마 괜찮다. 물론 그녀가 코미디 연기를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크하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며 정의로우면서도 언니들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는 캐릭터를 일관되게 연기했으므로 최소한 억지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다. 그녀의 외모에 딱 맞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역시나 어설펐다.


결론적으로 <조선미녀삼총사>는 코미디를 장르로 넣기엔 감독과 작가 등 연출하는 모든 사람들이 억지로 웃음 요소를 만들어내보고자 노력한 흔적만 보이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버렸다. 그나마 고창석이 말도 안되는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을 하고 나왔을 때 딱 한 번 웃겼다.



액션 장르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더더욱 실망스럽다. 이 영화는 작년 5월에 개봉 예정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CG를 수주 맡은 업체가 파업을 하면서 후반 작업이 길어져 개봉 시기가 6개월 정도 미뤄졌다. 퓨전 사극에서 CG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배경 작업이나 액션 씬 등이 화려하고 스턴트 액션만으로 불가능한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CG의 역할은 조선시대 배경을 만들어내고 건물이 폭파되며, 진옥이 주무기로 사용하는 요요(아무리 퓨전 사극이라지만, 조선시대에 요요가 웬 말이며, 그걸로 대부분의 액션신을 소화한다는게 말이나 되는지...


그녀들의 일반 액션신은 그나마 봐줄만 했으나, 그 액션들을 더욱 살려주는 CG 효과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CG가 들어간 액션은 무슨 과거 후레쉬맨 시절에나 보여주던 그런 조악한 CG들이었으며, 폭파 장면 또한 중국산 온라인 게임에서나 볼 법한 CG로 만들어졌다.


하아.. 영화를 떠올리며 글 쓰는 것 자체가 벌써 피곤해지는 영화..



퓨전 사극이라는 기준으로 봐도 참 할 말이 많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함께 짧게 말하자면, 퓨전 사극이면 퓨전 사극 답게 재미 요소와 그동안 사극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설정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 미녀삼총사는 익살스럽고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포졸로 나오는 송새벽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어눌하고 부족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웃음을 만들어내려 노력하지만, 사현역의 주상욱이 나오면 퓨전 사극이 아닌 일반 사극이 되어버리고 하지원과 함께하는 신에선 더 이상 퓨전이란 없다. 말 그대로 기준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연출이 어설프다 못해 조악하다고 표현해도 될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각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맞춰서 제법 충실히 연기했다고는 느껴진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 효과 등이 가미 되지 않다보니 주인공들의 연기와 스토리 전개가 각각 따로놀고 있다는 느낌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하지원의 팬이라 찾아본 영화였고, 손가인의 연기가 '당연히' 부족할 것이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봤지만, 실망감이 너무 커서 다시는 보지 않게 될 영화이자 누군가 물어본다면 킬링타임용 영화로 소개하게 될 것 같다.


評. 하늘다래



조선미녀삼총사 (2014)

The Huntresses 
4.5
감독
박제현
출연
하지원, 강예원, 가인, 고창석, 주상욱
정보
코미디, 액션, 시대극 | 한국 | 107 분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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