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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너스, 유괴를 주제로한 스릴러물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 유괴를 주제로한 스릴러물


휴 잭맨 하면 자연스레 <더 울버린>의 강렬하고 야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한 사람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유지하는 순정마초의 캐릭터도 가진 그가 이번엔 유괴된 딸아이의 범인을 쫓고 형사들을 믿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가족만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맡았다.

누구나 자신의 지인이나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되는데, 그에 대한 해답이 아닌 안 좋은 방법을 썼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 그 속에서 생기는 갈등,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관람하면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프리즈너스

■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 유괴를 주제로한 스릴러물
보스턴의 한 평화로운 마을에서 한가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던 두 가정에서 어린 딸 아이 두 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집 앞에 모르던 캠핑카가 주차 되어있다 사라졌다는 점에 단순 실종이 아닌 유괴 사건으로 조사가 시작되고, 캠핑카 주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된다. 

하지만 체포된 용의자 알렉스(폴 다노)가 10살 지능을 가진 청년으로 알려지고, 어떠한 증거로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풀려나게 되는데, 이 용의자에게 의미 심장한 말을 듣게 된 아빠 켈리(휴 잭맨)는 혼자서 그를 쫓게 된다. 담당 형사인 로키(제이크 질레할)에게 자신이 들은 말을 전하고 용의자를 구금하길 요구하지만, 증거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

켈리는 알렉스가 범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그를 강제로 구금하여 실토하도록 만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형사 로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켈리와 로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과연 두 딸을 구할 수 있을까?


■ 범죄 관련 뉴스를 보면 꼭 하게 되는 생각을 영화로 만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범죄와 그 처벌에 대한 내 기준은 굉장히 냉정하다. 소매치기를 했으면 손을 자르거나 발을 자르고, 사기를 치면 혀를 뽑고, 성범죄를 저지르면 거세를, 살인은 사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인권을 외치고 종교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너가 당하고 너희 가족이 당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당한다고 해도 그렇게 얘기하겠느냐라고 외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프리즈너스>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평소 내가 상상하던 것을 그대로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 영화이다. 그렇다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딸을 잃은 부모가 법의 테두리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풀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켜보다 직접 나서 그 용의자를 구금하고 딸이 있는 곳을 실토할 때까지 잔인한 행위까지 스스럼없이하게 되는 그 상황이 영화속에서 그려진다.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해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고 잔인하기까지한 감정적인 아버지 역을 맡은 휴 잭맨의 연기는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큰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휴 잭맨을 중심으로 한 가지 시각으로만 영화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의 잔인한 행동이 제 3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괴된 두 딸 중 다른 집안 부모의 모습, 그리고 유괴범과 형사의 추적과 대결을 그리는 일반적인 스릴러물의 모습도 담겨 있다.

러닝 타임이 2시간 30분이나 되는데, 사실 그렇게 길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10살 짜리 지능을 가진 용의자 알렉스를 구금하고 폭행하여 진실을 말하도록 강요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끈질긴 추적으로 단서를 잡아 새로운 사실에 직면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함 없이 잘 이어지고, 유괴범과 형사의 추적을 제이클 질레할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냉철한 형사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고,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켈리를 의심하고 추적하는 장면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유괴 범죄를 주제로한 스릴러 영화의 내용 전개나 캐릭터들의 역할은 잔인한 장면으로 관객을 자극하거나 유괴범과 형사에 초점을 맞춰 추격과 범죄를 해결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게 일쑤이다. 

하지만 <프리즈너스>는 주기도문을 읊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엄숙하게 시작해, 내 딸을 유괴한 용의자가 내 눈앞에 있다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지만, 시각적인 잔인함으로 관객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이해는 되지만 옳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또 다른 부모의 시각으로 잔인한 행동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관객의 눈으로 지켜보도록 한다. 또한, 형사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캐릭터를 통해 일반적인 시각으로도 그려내고 있어서 유괴 사건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 맞춰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여러 '시각, 시선'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한 종교적인 메시지와 특유의 분위기로 이어가면서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은 없지만 인간의 잔인한 생각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전개가 굉장히 독특한 영화다. 왜 유괴를 하게 됐으며, 그 배경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갔지만, 팽팽한 활시위를 당겨 관객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까지 안정된 마음으로 사건을 지켜볼 수 있도록 굉장히 수준 높게 구성된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 <프리즈너스>를 통해 '최고의 아버지' 연기를 보여준 휴 잭맨은 울버린과 같은 과격한 캐릭터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이 영화의 수확 중 하나.

러닝타임은 길지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꾹!

評. 하늘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