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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래 바라보기/추억을 기억하다

마음이 쓸쓸했던 주말.. 그리고 아버지...




지난 토요일..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아버지 저녁에 돌아가셨다 내일 점심 넘어서 애들 연락해서와"

순간 멍~해졌습니다. 여자친구랑 즐거운 얘기를 나누며 어떤 음료수를 살지 고르고 있던 차였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다들 모여서 오후에 간다고 하더군요.
저도 급하게 여자친구 데려다 주고 집으로 가서 기차표를 끊어 바로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자정이 넘어 부산에 도착해 바로 장례식장을 향하는데 쌀쌀한 날씨에 거리엔 사람 한명 없고.. 날씨탓에 기분 탓에 더더욱 쓸쓸해지더군요.

친구 아버님 영정을 모신 곳에 올라가니 출상 전날이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 대부분 떠나고 친구들 몇 모여있고 얼굴살이 쏙~빠진 친구녀석이 맞아줬습니다.  13년간 알아온 친구녀석 아버님, 고등학교 졸업식 때 처음 뵙고 7년만에 뵙는거였는데 그 모습이 영정 사진이라니.. 참 착잡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구녀석.. 생각보다 담담하더군요. 암을 말기에 발견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친구녀석의 말투엔 허탈함만 가득 묻어 났습니다. 연락을 늦게 받았다는 핑계로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말 말곤 아무말도 안나왔습니다.

장례식장에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한 것보다 북적북적하고 시끌시끌하게 웃음도 많이 나와야 떠나가시는 분도 좋게 잘 떠나실 수 있다고 들어와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안부 물으며 즐겁게 웃기도 하면서 밤을 지샜습니다.

새벽녘에 장례식장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친구 아버님 돌아 가시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 떠나 보낸게 처음도 아니었는데.. 남들보다 훨씬 많이 충분히 겪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픈건 아무리 많이 겪더라도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이 트고 있는 시각이었는데도 서울에서 아들 내려 왔다고 다들 깨서 맞아주는 가족들..
밤새 술 드시며 아들 올 때까지 뜬 눈으로 기다리신 아버지...
술 취한 아버지 모습에 또 다시 짜증부터 낸 저를 보며..
친구 아버님이 왜 돌아가셨냐는 물음과 함께, 왠지 모를 한숨을 쉬시던 아버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작아지는 아버지의 모습..
책에서만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만 들어왔는데..

4년전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부터 급격하게 작아지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감싸 드리기 보단 짜증 부리고 화만 내고 반항 한번 안하면서 커서 효자 소리 들었는데 군대 까지 다녀 온 이후에 아버지께 반항하고 했던 작년까지의 제 모습..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크게 보였던 아버지가..
점점 작아지는, 약해지는 그 모습을..

감싸 드리기 보단 용납하기 싫었던 제 마음을..
......

이제는 그만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힘내세요, 아버지 없으면 우리 가족들 지켜 줄 사람 없잖아요..
사랑합니다..